길을 잃어버렸습니다

502979No.256762020.04.05 16:33

고3까진 수의사가 될거라고 믿고 열심히 살아왔어요. 수의대에 갈 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으며 지냈고 두려움이나 불안함 없이 꿈을 위해 살아갔습니다. 그때가 가장 편안했던거 같아요 항상 앞에 길이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인생이 뜻대로 되진 않죠
성적이 부족해 그냥 4년제 국립대 동물관련과 들어가서 1학년동안 굉장히 방황했습니다 내가 여기에 이러고 있는게 맞을까 앞으로 뭘 해야할까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했어요 4점대로 1학년을 끝내고 부모님을 설득해 휴학을 했습니다
우선 집안 형편은 재수학원을 다닐 정도도 아니고 그냥 재산은 아파트한채 10년된 자동차하나
그정도입니다 빛은 없지만 그냥 평범한 집이에요
인터넷 강의 프리패스 하나 끊어서 공부하기로 했죠

휴학을 하고 수능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4개월동안 정말 엄청나게 공부를했습니다 성적도 오르고 좋았는데 아버지의 실직과 갑작스런 귀농으로 인해 혼란스럽고 할일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진 일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수능을 보게 되었습니다 고3보다 수능점수는 조금 높게 나오긴했으나 수의대 지원은 하지 못할 점수였죠
결국 복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복학을 하고 이제 어째야 하나 생각하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학군단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성격이 외로움을 타는것도 아니고 운동 좋아하고 하니 장교로 직업을 택해 돈을 열심히 모아 다시 수능공부를 하던 그대로 군생활을 하는것도 좋겠다 싶더군요
1년간 학군단 합격 준비를 하며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학점은 4.5를 처음 맞아봤어요 항상 4점대이긴했어도 이렇게 잘 본 적은 없었습니다

학군단도 합격해서 올초 기초군사훈련을 갔습니다. 그러다 부상을 입어서 중도에 포기하고 나왔네요ㅎ...무릎 수술을 했어요 지금이야 시간이 좀 지나 많이 좋아지긴 했습니다만 아직 뛰는건 불가능하네요ㅋㅋ...천천히 걸어다닐순 있지만요

이렇게 또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 전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돈과 시간만 있다면 수능공부를 하면 좋겠지만
나이도 이제 23에 내년이면 졸업반이고
그렇다고 수의사 외에 하고싶은 일이란 것도 없고
그저 막막하네요 그나마 여자라서 군대걱정 없는게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ㅋㅋ
부모님은 그냥 좀 편하게 살아라 뭐하러 공부를 그렇게 하려고 하냐 이런 분위기셔서 더 그런것 같습니다 그냥 귀농하신 고향 공무원 시험 공부나 하라고 하셔서요ㅋㅋ...

두서없지만 코비드19로 할일도 없고 과제만 쌓여 넉두리 한번 해봤습니다
모든 개드리퍼 분들 몸 조심하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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