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나누는 방법

241327No.371062021.11.02 16:25

하루를 나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본다.
나는 하루에 1.8l의 물을 마신다.
내가 정한 건 아니고 어플이 정해준 양인데, 이제는 주객전도가 되어
하루에 1.8l를 마시지 않고는 못배기게 된 건 내 쪽이다.

아무튼, 그 1.8l를 마시는 분기가 그대로 내 하루를 나누는 분기다.
500ml 용량의 텀블러를 샀더랬다.
시작은 역시나 그 어플과 함께였다.
텀블러같은 용기 업체들이 소심한 면이 있는건지,
아니면 홍보를 LG 수준으로 못하는건지는 몰라도
집에 있는 믹서기용 계량컵에 따르면
그 텀블러엔 총 600ml의 물이 안전하게 담긴다.

최대한 적은 회차로 마시고 싶기에 텀블러보다는 믹서기 계량컵을 더 믿어보기로 했다.
아침에 따라놓은 600ml 첫 컵은 대개 오후2시 전후로 다 마신다.
두 번째 완컵은 꽤나 탄력적이어서 오후 6시쯤 다 마시다가도 어느날엔 4시 반이나 5시 즈음에 다 마시는 날도 있다.
꽤나 인상적인 오후를 보냈구나- 하고 짐작할 뿐이다.

마지막 한 잔은 잠들기 전까지 이어진다.
간혹가다 까먹고 어플에 체크하지 않은 체 밤 12시를 넘기면 그날의 1.8l할당량은 채우지 못한다.
어플은 12시 01분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그날 1.2l의 물을 마신 사람이 된다.
억울하다, 억울해.
어플의 모아보는 통계 캘린더 속 뚝 떨어진 막대그래프를 보면, 분하고 억울하다.

이렇게 강박적으로 물을 마시고 체크하다보니
어느새 하루의 분기가 자연스레 3등분 되어버렸다.

이 일은 두 번째 컵을 시작하기 전에 끝내자 라든가,
바빠서 오늘은 두 번째 컵이 길어지겠다 라든가.

모든걸 물로 따지는 요상한 인간이 바로 나다.
지금 이 글도 여유로운 시간을 틈 타
두 번째 컵이 약 4~5모금 남아있을 때 끄적이는 중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루를 나누는 방법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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