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한정 취미

684033No.385722022.01.26 20:18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에게 겨울은 성가시다.
겨울철 퇴근길, 부츠 속의 발은 칼에 찔린 듯이 시큰거린다.
언발로 한설 헤치며 성큼성큼 걸어들어와 저녁으로 뜨끈한 김칫국을 끓여 나누어 먹는다.

쇼파에 늘어지게 누워서 티비를 보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돌아보니 반쯤 졸고 있었다.
이럴 때면 고민에 빠진다.
이마? 목? 배? 발목?
드러나는 살결 중에서 치명타를 제대로 칠 것인가. 아니면 적당히 손목 정도?

등 뒤에서 양손으로 목껴안는 습격으로 치명타를 준 게 며칠 전이니 오늘은 가볍게 가자.
조용하게 쇼파 앞까지 무릎걸음으로 기어가 손베개를 하고 있느라 드러난 왼팔을 스윽하고 옷깃 안으로 손목 윗부분까지 감싸버린다.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화들짝 놀라 깨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기겁을 하면서도 내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
왜 이렇게 차?
놀람과 걱정에 희미한 짜증이 묻어있다.
수 백번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 질문.
잡히지 않은 쪽의 손으로 내 손을 감싸주면서 다시 시선은 티비를 본다.

덮여진 손에서 조금씩 조금씩 냉기가 가신다.
잡아주는 온기가 간질거리면 이상하게도 더 괴롭히고 싶어진다.
발가락도 가져다 대서 놀래켜 주고 싶은데 아쉽게도 수면양말을 신은 발은 따끈하다.
아까운 마음으로 쳐다보는 내 표정이 음흉해 보였는지.
눈초리가 수상하다는 듯이 날 바라보는 그 얼굴마저도 귀엽다.

이 맛에 수족냉증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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