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일기

908334No.388292022.02.10 20:28

글 쓰고 지우고 반복하다가 그냥 적어요. 조울증을 오래 앓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병과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약도 먹고 매일 그럭저럭 살아있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바로 오늘같은 날, 깊고 어두운 감정에 휩싸이는 순간이 오면 손발은 차가워지고 심장은 방망이질 치고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세상은 온통 나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나는 완벽하게 혼자 남아 어떤 방식으로든 공격당할 거라는 생각에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요. 이 고통스러운 감정을 어딘가에 토해내야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 익명에 기대 이 쓸모없는 글을 적고 있습니다. 저는 나약합니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는 버티지 못합니다. 오랜 세월 노력했는데 오늘 또 이렇게 와장창 무너집니다. 한심하고 가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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