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글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댓글을 달아주셔서 참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글이 길어 안읽어주시지 않을까 걱정했었거든요ㅠㅠ. 꾸준히 글을 써 나중에 동화책 하나 내는게 꿈인데 이 목표만큼은 꼭 이루고 싶네요ㅎㅎ!
두번째 글입니다.
ㅡ등장인물은 모두 동물로 바꿀 예정입니다
제목 : 내일도 맑은 하늘처럼
중학교 2학년 가을무렵, 오늘처럼 비가 세차게 오던 날이었다.아침부터 비가 오진 않았지만 등교할때만 해도 좋았던 날씨가 점심 먹고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5교시 중간부터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거마냥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우산..! 집에 어떻게 가지.."
그때 난 시골에서 이제 막 도시로 전학을 와서 친구도 없었고 내성적이기까지 해서 은근히 따돌림도 당하고 있었기에 우산을 빌릴 친구도, 우산을 살 돈도, 선생님들께 도움을 청할 용기 그 무엇도 없었다. 정말 낭패였다.
5교시부터 내 표정이 너무 안좋았는지 짝꿍이었던 A가 말을 건냈다.
"XX야 왜그래? 어디아파?"
A는 정말 예쁘고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였다. A에게선 항상 시골에서 맡아보지 못한 좋은 향기가 났고 교복 셔츠와 가디건, 치마, 가방, 실내화는 언제나 깨끗했고 주름도 없었다. 그 당시 내 눈엔 어떤 사람들 보다 예뻐보였다. 첫사랑이었다면 첫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A에게 "아...그게...우산...." 이라고 대답했고 역시나 눈치가 빨랐던 A는 자기 우산을 선뜻 내게 빌려주었다. 자기는 우산이 두개라나 뭐라나.지금 생각하면 그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왜 믿었는지 모르겠다.
하교시간이 됐다. 저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곳엔 친구들 우산에 기대어 가며 웃고 떠드는 A가 보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자기도 우산이 하나밖에 없으면서 왜 나한테 빌려줬을까? 집에 오는길에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알게 모르게 A에게 신세를 많이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A와 짝이 된 후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나를 괴롭히던 친구들도 A때문인지 더이상 날 괴롭히지도 않았고, 자기 친구들이랑 노는 자리에 XX는 목소리가 좋고 웃을때 귀엽다면서 함께 자리할 수 있게 해주었고, 단체 수행평가때는 날 자기 조에 넣어주기 까지 했다.
한번도 고맙다는 얘길 한적이 없어서 A에게 우산을 돌려 줄 때 같이 주려고 마이쮸도 하나 샀다. 괜히 두근거렸다. 고백하는것도 아닌데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다. 내 주제에 A에게 마이쮸를 줘도 되는건지도 헷갈렸다. 줄까 말까..줄까 말까...
A가 등교했다. 역시나 주변에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A의 우산을 내 책상에 올려놨었다. A는 나에게 "우산 천천히 줘도 되는데~" 하며 웃어주었다. 나는 등신같이 "아...아니...어....." 라고 대답했다.
끝내 고맙다는 얘기는 하지 못했다.마이쮸도 교복 자켓 안 주머니에 그대로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표현을 망설이다 때를 놓쳐버리면 얼마나 크게 후회로 남는지를 배웠다.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은 찰나이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필요한 용기는 헤아릴수 없으며, 그 용기가 가져다주는 설레임은 그 어떤것과도 비교할수가 없다.
나의 15살, A와 함께했던 가장 따뜻했던 가을은 내가 다시 전학을 가며 그렇게 끝이났다.
먹구름이 가득했던 내 마음속은 A덕분에 화창한 봄이 되어있었다.또한, 다시 비는 내리지 않을거라 확신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맑은 하늘처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