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의견을 구합니다... (약 장문 고백 관련)

976618No.492722024.03.10 00:13

직장 동료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작년 10월에 입사했고 작년 말부터 짝사랑하게 됐어요.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참...
일단 그녀와 저는 적어도 사이가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정도에요.
제 반응을 살펴서 고민거리가 있는지 걱정해주고 기억해주고
서로 간식 같은 것도 자주 주고 받고 (초콜릿, 마이쮸 같은 것)
외적인 변화도 잘 캐치해주고...(안경이 바뀐 것을 혼자만 알아챈다던지 등)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저와 친하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녀랑 그렇게 친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친하긴 한데 어디까지나 딱 '친절한 직장 동료' 선이라고 생각해요.
뭐 연락처를 교환한 적도 없고 (사내 연락망이 있고 하니) 단 둘만 있을 때 대화가 통할 때가 있고, 아닌 때도 있거든요.
(이때는 보통 그녀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뭔가에 집중할 때,
핸드폰으로 다른 사람과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 듯 하거나 그럴 때 등입니다.)

그리고 직장 특성상, 저랑 그녀가 일하는 파트가 완전히 다르다보니
쉬는 시간? 같은 경우가 아니면 얼굴 볼 일이 없어요. 서로의 업무를 도와주거나 할 수도 없구요. 완전히 일이 달라요. 그만큼 얼굴 보는 빈도 수도 적습니다.

제가 스스로 느끼기엔 그녀는 제게 관심이 없습니다. 이성적으로요.
걱정해주고 기분이 안 좋아보이면 먹을 걸 챙겨준다거나 하는 호의는,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베풀 수 있는 친절이잖아요? 변화를 캐치하는 것도 섬세한 성격이면 가능한 수준이구요.
그리고 뭣보다도 저보다 다른 남자 사원이랑 더 친하다는 게 보여요.
그렇다고 연애 시퀀스는 아닌데. 둘이 같은 파트에서 일하다 보니 아무래도 저보다 더 자주 보니까 더 편해서 말 붙이기 더 쉬운?
그런 느낌 정도. 상대 피지컬이 저보다 좋아요. 나보다 어리고, 키도 크고, 체격도 크고.
그리고 좀 개구쟁이 느낌이라 장난? 같은 것도 잘 치고. 그럼 그녀는 웃으면서 받아쳐주고.
진짜...질투 엄청 나요..


아무튼,
어느 요건으로 보나 그녀와 저의 사이는 딱 '직장 동료'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이게 맞아요.
스스로도 너무 잘 알아요...

그럼에도 아예 놓고 싶진 않았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천천히 다가가는 것, 그러면서도 나를 가꾸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마음을 숨기면서 가능한 한, 그녀와의 유대를 높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나름대로...
운동도 시작하고, 머리스타일도 바꾸고, 좀 더 말이라도 붙여보려고 하고...
대놓고 플러팅하는 건 내 성격상 그러질 못하고.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려 했어요.



그런데 그녀가 야간업무로 빠진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파트의 사원은 일정 기간 오전-오후 타임을 보내고 나면 야간 업무로 빠지게 됩니다.
야간 업무 인원이 그만뒀거나 했을 때 그 빈 자리를 보충해야 하거든요. (참고로 저는 특수한 보직이라 야간으로 가지 않아요)
그녀는 생활 패턴상, 아침형 인간이고 야간 가는 걸 무척 고민했었어요. 그 일로 제 의견을 구하기도 했구요. 처음에 그녀는 일단 야간 업무는 하지 않기로 했는데.
오늘 과장님께 상담하더니. 야간 업무로 가기로 결정했다 하더라구요. 4월 말까지 오전 타임 일하고 5월 부터는 야간으로 빠지게 될 거에요...



솔직히.... 너무 착잡했어요. 너무..

그녀가 야간 업무로 빠지면,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는 횟수는 거의 없어요.
기껏해봐야 그녀가 퇴근하고, 제가 출근하는 그 교차점에서 인사 한번 하는 수준에 그칠 겁니다. 대화는 당연히 안되겠죠. 피곤한데 들어가서 자야지 대화는 무슨...

분명... 저번주 까지는 다른 사원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좀 더 오전 업무를 할 거다... 라고 했는데.. 갑자기...오늘 그러는거에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 나중에 물어볼 예정 입니다. ) 혹시 제가 관련있는 건가... 싶었어요.
이 일은 2년 계약직 업무인데 제가 넌지시 1년만 하고 말까... 했는데 그녀가 무척 놀라했거든요. 2년 안하시냐고...

근데 솔직히 이건 제 추측이고. 아마 다른 이유가 있을 거에요.
고작 이거 하나 때문에 야간 업무로 빠진다는건 말이 안돼요...
(그럼에도 이런 생각하는 건.. 그냥... 저의... 아집이에요...ㅠㅠ )


아무튼,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요.
야간 업무로 빠지면 그대로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친한 동료로 있는 지금도, 다른 남자 사원이 무척 질투나고 시샘나는 나날도 그냥저냥 나쁘지 않고, (그 남자 사원이랑 저랑 또 친하기도 하거든요...) 그녀의 눈웃음이 나름의 활력소이자 도파민이었는데. 그것조차 얼마 남지 않으니까... 마음이 너무 착잡해요.

그러니 마음이 조급 해져요.
그 전까지의 저는 마음을 추스리고 빨리 잊으려는 타입이었는데
....그녀는 놓고 싶지 않았어요. 붙잡고 싶어요. 근데 붙잡으면 안 돼요. 그녀가 야간 가겠다고 결정했는데 내가 뭐라고.
이성적으로는 안된다고. 그냥 늘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 좋게 보내고, 마음을 추스리는게 베스트라고.
최악의 워스트는 아니라고, 괜찮다고 세상엔 다른 여자도 많다고 스스로를 계속 다독이지만

솟구치는 감정만큼은 도무지... 가라앉질 않아요. 솔직히 말해... 이번에도 마음을 꾹 누르고 싶진 않아요.
거절 당해도 좋으니까 마음은 표현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져요.

아무리 나아간다고 해도, 마지막에 저녁 식사 한번 대접하는 것 그 이상으로는 하지 말라고.
고백해봐야 그녀는 내게 마음 없는 거 아는데. 뭐하러 그러냐. 나만 마음 다스리면 될 일인데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백번 양보해서 자연스럽게 번호 교환, 그 이상은 안된다고. 고백은 안된다고.
설령 된다고 쳐도 야간으로 빠지는 사람인데 연애가 정상적으로 되겠냐고.

...하면서도...

고백 안해도 후회, 해도 후회할거면 하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냐.
고백 한다고 상대가 무조건 도망가고 혐오하지는 않을 것 아니냐.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표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럼 너는 상처 입어도 되느냐.
어차피 안보게 될 상대인데, 시원하게 고백 때려박고 편해지는 게 낫지 않겠냐.
사귀지 말고 그냥 좋아했다는 마음만 표현하면 오케이 아니냐.


약간 이런 두 가지 감정이 서로 충돌하면서 저를 너무 어지럽게 해요.
정말 마음이 어려워요...


늘 다듬어 온 이성을 따라갈지, 아니면 솟구치는 감정을 따라갈지...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 솔직히 답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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