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라서

509208No.509982024.10.14 15:01

첫째라서 동생보다 더 많이 엄격하게 키워졌다
더 잘해야 하고 더 똑부러져야 하고 ㅂㅅ이 되기 싫으면 실수를 해서는 안됐다
당연히 운동도 공부도 잘해야 했다
한참 배워야 할 시기에 못하는게 많아 타박을 많이 받았다

여동생은 그런 나를 보고 배웠나 보다
뭐든 나보다 잘했었으니

학생이라서 항상 양보했었다
웃어른을 공경하라고 배웠고 부당함에 맞서면 몰상식 못배워먹은놈 위아래도 없는 놈이 었다
이런 말을 듣기가 싫어서 순종했었다
실은 겁이 많은 것 뿐인데 남자라서 티내면 안됐다

남자라서 적성에 맞지 않아도 힘쓰는 다 해야 했다
욕 먹으면서도 그냥 했다 이미 난 남자니까

군대에서는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키가 커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만 했다
못해서 욕먹어도 다 해야 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단지 키가 크니까 내가 해야 한다

눈물을 보였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남자애기가.. 였다
난 눈물이 많다
꾹꾹 눌러두엇던걸 내뱉을 때면 일단 눈물부터 쏟고보는 울보 였다
맘대로 울지도 못한다
그렇게 병들어 간다

장남이라서 동생부터 부모님, 친척 동생들까지 내가 챙겨야 한단다
동생들 가족들이 힘들 때 내가 발벗고 나서 돕고 해결해주고 해야 된단다

그럼 나는..? 누가 챙겨주지?

멋진 것 보단 이쁜걸 좋아한다
핑크색을 좋아한다
사색을 좋아한다
운동보단 인형놀이가 좋았다
아기자기한게 좋다
작고 귀여운 동물이 좋다
화려함보단 수수한게 좋다

모두 남자라서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몰래 좋아했다

난 여자가 되고 싶은 건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많이 했었다

아니. 돌이켜 보면서 여자라는 사회적 위치를 부러워했던것 같다.

난 지금 젠더 갈등의 시대 속에 어떻게든 비벼가며 살아가고 있다

다들 힘들다 부당하다 외친다

소리칠 힘이랑 용기도 있고 부럽네

다 모르겠고 난 그저 피곤하기만 하다

다 빨리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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