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친형이 자살을 했어요..
제가 10살때쯤 아버지께서는 알콜중독을 앓다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께서는 생계를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하셨기에, 한살 터울이지만 저에게는 아버지 같았던 형이었습니다. 저는 한시도 형 옆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 사춘기 이후부터 형과의 사이가 너무 멀어지기 시작했고, 제가 학교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된 이후로는 형과 연락도 거의 안하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형과 명절에 얼굴이나 한번 보는 사이가 되었고, 만나면 어색함마저 느꼈어요. 
그런데 저희 형이 27살이라는 나이로 작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습니다. 
장남으로서의 부담감, 도전의 연이은 실패, 가족간 문제 등 여러 이유가 있었겠습니다만은 다 제쳐두고 제가 너무 미안하네요..
왜 한번이라도 먼저 연락한번 못해줬을까. 타지에서 홀로 남아 돈이 한푼도 없어 야윌 정도가 되도록 왜 한번도 안 찾아갔을까. 왜 한번도 안 안아줬을까. 불과 몇달 전에 자살을 넌지시 암시하는 말을 저에게 남겼을때 왜 그렇게 속없이도 형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을까. 왜 그 때 따뜻하게 불러주지 못했을까. 
그냥 모든게 다 미안해지는데, 형은 저에게 해준게 너무 많더라구요.. 술취한 아빠가 엄마를 때릴 때, 열살도 안된 저희 형은 제게 이불을 덮고 제 귀를 막아줬어요. 아무것도 바지말라고 아무것도 듣지말라고. 어머니께서는 아버지 폭력을 참다 못해 결국 도망가셨었고 그 폭력이 저희에게 향했을때도 저는 못때리게 막아줬어요.
결국 경찰에 강제로 끌려간 아버지를 뒤로하고 뒤늦게 저희를 데리러온 어머니께는 제가 울며 달려가지 못하게 뒤로 잡아채고 말했습니다. "아줌마 누구세요. 얘는 내가 신문지를 돌리건 우유를 배달해서라도 지킬테니까 신경쓰지마세요. 자격없어요" 어머니께서는 무릎꿇고 저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어요. 정말 미안하다고 다시는 안떠나겠다고..
그렇게 강한 형이었는데.. 그렇게 떠나버리니까 너무나 허망하고 형에게 못되게 군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아직도 아무 일도 손에 안잡힙니다..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그냥 너무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한마디만 전하고 싶습니다.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다가 울었습니다
형이라는 분, 좋은 곳 가셨을 겁니다

똥싸는데 울게 만들고 있어 ㅠㅠ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