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 로맹가리 (길어요. 죄송해요 )

313035No.126452018.07.08 15:32

“하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안녕, 내 귀여운 빅토르야. 네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구나.” “하밀 할아버지, 저는 빅토르가 아니에요. 저는 모하메드예요. 빅토르는 할아버지의 또다른 친구 이름이잖아요.”
그는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그래, 모하메드지…… 타와 칼투 알라 알 하이 엘라드리 라 이아무트……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 계시는 그분께 내 믿음을 바치노라…… 내가 너를 뭐라고 불렀지, 빅토르야?”
나 참, 미치겠군.
“할아버지는 또 빅토르라고 불렀어요.”
“그, 그랬니? 미안하구나.”

“아,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어떻게 부르든 마찬가지니까요. 이름이야 아무려면 어때요. 어제부터는 좀 어떠세요?”

그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언가를 생각해내려고 무진 애를 쓰는 듯했다.“어제부터라고 했니?”

“어제든 오늘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할아버지. 그저 흐르는 시간일 뿐이니까요.”

“아, 오늘 난 하루종일 여기 앉아 있었단다, 빅토르야……”
나는 물끄러미 책을 바라보았다. 할말이 없었다. 그 책과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왔다.
“언젠가는 저도 진짜 책을 한 권 쓸 거예요, 할아버지. 모든 얘기들이 다 담겨 있는 책 말예요. 빅토르 위고가 쓴 책 중 가장 훌륭한 책이 뭐예요?
“내게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 말아라, 우리 착한……”

“모하메드요.”

“……내게 질문을 너무 많이 하지 마라. 오늘은 내가 좀 피곤하구나.”

내가 그 책을 집어들었더니, 하밀 할아버지는 손에서 책이 떠나자 불안해했다. 나는 책 제목을 보고 나서 다시 돌려드리며 그의 손을 책 위에 얹어주었다.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하밀 할아버지는 이미 당신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

“이해하겠니?”
“아뇨. 하지만 상관없어요. 그런 일엔 익숙해졌으니까.”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 매일 아침, 나는 로자 아줌마가 눈을 뜨는 것을 보면 행복했다. 나는 밤이 무서웠고, 아줌마 없이 혼자 살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나 겁이 났다.

* 피식웃다가
아주 많이 울게 만든 책..
중간중간 내용이 길어서 잘랐는데
그래도 길어요.
죄송합니다 (꾸벅)
좋아요 0 0
이전20162017201820192020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