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치고 공허하고 의문이 들어서 처음으로 익명의 힘을 빌어 글을 올려봅니다.. 비판이든 공감이든 조언 한마디씩만 부탁드려요.
제 연인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소송에 휘말려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상세히 밝히기는 힘들지만 잘 다니던 직장에도 사직서를 내야했던 일이었는지라.. 너무 억울해서 변호사 선임해서 끝을 본 케이스예요.
전 시험을 2년째 준비하고 있는 입장이고요. 능력이 탁월하지도 독하지도 않아서 혼자 정신적으로 우울감을 좀 겪고 있는 중입니다.
일단 기본 소개는 이정도고 좀 길게 설명을 하자면요..
얼마전에 시험이 끝나고 같이 여행을 다녀왔는데 잘 놀다가 막날 전날밤에 싸우고 다음날 아침에 대충.풀고 그랬습니다. 연인이 장난으로 던진 한 마디에 제가 너무 화가 나서 화를 냈거든요.
저는 섬세한 면이 있어서 그 상황에서 그 말을 들은게 너무 화가나고 분했던 건데, 연인은 처음엔 미안하다고 하다가 이전에도 한두번 장난으로 한 말인데 온도차가 너무도 달라서 당황스럽다고 정색을 했고, 그 때 하지말라고 정확히 말했으면 내가 안 했을거 아니냐 뭐.. 그런 말을 해서 제 화가 더욱 커졌죠.. 설명을 하려다가도 남녀 간 싸움이 그렇듯이 생각차를 이해하지 못하니 말 길어져도 서로 생채기만 내게 되잖아요.
저는 속에 좀 담아두는 스타일에, 이런 부분 때문에 내가 속상했던거다 하고 설명하고 서로 납득하고 넘어가길 원하는 반면, 제 연인은 그냥 아무말 없이 넘기고 잠 푹자고 잊자는 스타일 이예요. 완전 반대라 꽤 오랜 교제동안 서로 애를 많이 먹었죠.. 지금도 서로 맞추려고 양보하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안될때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사건의 결론은 저는 그 때 제가 이전에도 했던 그 말에(절 놀리는 말인데..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싸우게 된 순간에 그런 말은.. 그 상황에 굉장히 부적합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화난 거였어요..)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는지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만 얘기하자는 연인의 말에 끓는 속을 참고 그냥 잠을 잤고(끝까지 왜 그렇게 화가 난건지 이해를 못하고 왜 온도차가 이렇게 다르냐 이 얘기만 반복하다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그만 얘기하고 자자 로 마무리)
다음날 그냥 체념이 들기도 하고(서로 너무 익숙한 생각구조니까) 연인의 방식이기도 하니까 일단 별 말없이 화를 풀었었거든요.(정확히 말하면 맘에 걸리지만 그냥 웃었죠. 또 싸우게 되는게 싫어서) 여차저차해서 여행 잘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다다음날인 오늘 또 연인이 제게 약간의
잘못을 했는데요. 술과 연락문제.. 크게 화낼 일은 아니라고 여겼는데 그 며칠 전에 싸운 일의 응어리가 제겐 아직 남아있는데 이렇게
행동을 하니 그냥 너그럽게 넘어갈 일인데도 조금 정색하고 말하게 되었어요.
싸우고 그런건 아니고, 이러이러해서 기분나쁘니 다음부턴 저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얘기하고 왜 그랬느냐고 잔소리 정도. 본인도 실수한 걸 아니까 열심히 변명하고 사과하긴 하죠. 여기까진 일상이라 한숨은 나와도 그러려니 했는데요.
크게 싸우면 감정이 가라앉고 나서 이런부분은 이렇게 느낄 수가 있으니 서로 조심하자 이런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는 터라( 서로 겪다보니 이 정도는 짚고 넘어가자고 합의했어요.) 며칠전 제가 화난 이유와 앞으로 그런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내고 싶었는데.. 알다시피 제 연인은 그런 말 자체를 꺼내는걸 안좋아하니까.. 그냥 말을 안꺼낼까 하다가 근데 이걸 안 짚으면 다음에 내가 또 상처받을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말을 하고 싶기는 하고..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때 제 연인이 말을 하더라고요. 사실 얘기를 못하고 있었는데 제 시험 끝나기 며칠전에 상대측이 항소를 넣었고 늦게 알고 본인도 항소를 신청했다는 걸요.
심장이 쿵 떨어졌죠. 1심이 제가 시험보기 열흘 전날 끝났어요. 저도 참석했었고.. 1년 반의 시간동안 정말로 연인이 많이 힘들어하고(무죄인데 너무 억울해서..) 저역시도 잘못될까 너무 두렵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어요. 완벽한 결말은 아니었는데 일단 최악은 피한 결과가 나와서 많이 아쉬워도 그래도 마무리 지은게 다행이다, 하고 연인과 연인의 가족, 저는 그렇게 결론 지었었죠. 그 날 집에 데려다주는 연인의 차 안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아프고 생생해요. 그리고 무슨 정신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험을 치고.. 2년간 시험에 시달리느라 여행 한 번 못갔으니 큰 맘먹고 여행을 다녀왔구요.
그 이후론 위와 같은 상황이예요. 사실 제가 공허하고 지친 이유는.. 그 1년 반동안, 서로 많이 힘들었거든요. 당연하잖아요. 연인은 스스로 무죄라는걸 입증하려고 노력하면서 겪은 일들, 주위에 티를 못 내니 많이 힘들어했고..
제가 위로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제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제 스스로도 괴롭고, 안타깝고, 그런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제 개인적인 스트레스나 연인에게 속상했던 점을 말할 수가 없었거든요.
저마저 힘들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 거기에 후회는 없는데, 사실 혼자 많이 공허하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이번 연도에는 아프기도 많이 아팠네요. 스트레스 받으면 몸이 아픈 타입이라..
어쨌든 연인의 일도 어느정도 마무리고, 저도 결과는 몰라도 일단 시험이 끝났으니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이었거든요. 서로 이제 조금 더 신경쓸 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근데
오늘 그 말을 들은거예요. 항소가 시작될 거라는.. 연인에게 정말로 미안하지만 숨이 턱 막히고 몸에 힘이 빠지더라고요.
연인이 제게 그것과 관련한 어떤 일을 하나 부탁했고 어려운 일이 아니니 바로 알겠다고 했어요. 그건 괜찮은데 결국 제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도 그냥 속으로 삼키게 됐어요. 위로해줘야 하는데, 깊이 얘기도 못하고 자자고 전화 끊었어요. 그리고 울었습니다. 두렵고.. 또 힘들겠구나, 마음 졸이며 지내야겠구나 싶어서 공허해지더라고요. 연인이 안쓰럽고, 1심이 끝이 나던 날 전 정말 더는 못견딜만큼 지쳐서 울었거든요.
제일 아픈 사람은 제 연인일텐데.. 또 겪게될 이 시간이 두렵고 허무해지네요. 제가 힘들고 서운한 일은 속으로 먼저 삼키고, 견디기도 여력이 없을 제 연인을 위하는 일이.. 힘들 연인을 위해 강해지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싶은데, 제 코가 석자라 마음에 여유가 부족해서.. 마음이 좁아서 힘이 드네요. 그 사실을 모른채 여행했던 내가 미워질 정도로.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까요. 내일부터는 저도 스터디를 시작해서 바빠지겠네요. 공부를 하면서 자존감도 낮아져서 그런지, 제 연인에게 힘이 되고 싶은데 제 스스로도 잘 못 추슬러서 바람빠진 인형처럼 널부러진 꼴이라 미안하네요.. 연인도 이거 하는데 안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