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조언을 얻을 곳이 없어 익명의 힘을 빌어 씁니다
저희 엄마는 아빠와 이혼 후 혼자 사십니다
만나고 계신 아저씨의 권유(?)로 2년전 쯤 강아지 한마리를 데려다가 키우다가 추가로 올해 초 애기 강아지 하나를 더 데리고 와 현재는 두 마리를 키우고 계십니다(한마리는 2살 조금 안 됐고 나머지 한마리는 7개월)
첫번째 강아지를 데리고 왔을 시기엔 제가 엄마와의 트러블로 연락을 안 하던 시기였어서 강아지를 데리고 온지 몰랐고 후에 알았을 때만해도 저는 강아지에 관심이 크게는 없었어요
(참고로 저는 본래 강아지를 엄청엄청 좋아하기는 하나 강아지를 잃었을때의 슬픔을 감당 못 할 것 같고, 제 생활에 지장을 주는걸 감수하기가 버거울 것 같으며, 강아지 털날림이나 대소변을 감당 할 자신이 없어 키우진 않겠다는 마음이 확고했던 사람이고 지금도 이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 엄마가 몇 달 전 두번째 강아지를 데리고 왔을 쯤 강아지들한테 정이 마구마구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강아지를 잃었을 때의 슬픔을 감수하고서라도 정이 너무너무 많이 든 상태이죠... 엄마집과 제가 살고 있는 집 거리가 11키로 정도인데 요즘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가서 저희 동네(신도시라 공원이 잘 되어 있음)로 데리고 와 산책시키고 데려다 주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아침 출근 후 저녁 퇴근까지 하염없이 엄마만 기다리는 강아지들이 너무 눈에 밟히고 두 마리 케어에 힘이 딸리고 동네에 특별히 데리고 나갈만한 곳이 없다는 엄마의 상황을 아니 제가 짐을 나누는 의미로 하고 있기도 한데 ... 문제는 저는 그런 엄마에게 너무 화가나고 짜증이 난다는 겁니다..
제가 엄마에게 화나고 짜증나는 부분들을 추려보자면
1. 강아지에 대한 정보를 용이하게 얻고 적용시키지 못한 다는 점.. 물론 엄마에게 젊은 저처럼 하기를 원한다는게 무리가 되는것은 압니다ㅠ
첫째 강아지가 포메인데 포메 자체가 슬개골이 약한데다 이 아이는 특별히 더 안 좋게 태어나 두 살도 안 됐는데 병원에서 3-4기 중간쯤이라고 진단을 내려주었을 정도입니다.. 엄마는 동물병원의 조언대로 다리 건강이 안 좋으니 산책을 많이 시키지 않고 관절 영양제만 먹이는 정도로 케어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다리가 쭉쭉 미끄러져 가끔 끌리기도 하는데 일반 장판에서 돌아다니게 하고..그 상태에서 1년을 넘게 키웠다는거예요.. (후에 제 조언으로 집 전체에 매트를 깔았어요) 이외에도 첫째 강아지 혼자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둘째 강아지 데리고 온 것 등.. 몇몇 사례가 있습니다
2. 좋아하는 간식사주기, 필요한 치료를 위한 병원 방문..과 같은 일들을 못 해줄 정도는 아니지만 넉넉하지도 않은 상황에 마음 편히, 속시원하게 지출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 강아지를 그것도 두 마리나 데리고 온 것.. (참고로 엄마는 월120정도의 급여를 받으십니다)
3. 체력을 이유로 산책을 자주 시켜주지 못 하는 것.. 강아지들은 딴거 다 필요없고 산책을 자주 하는게 최고 행복한 행위라고 알고 있는데 엄마가 살고 계신 동네는 마땅한 공원도 없고, 첫째 강아지가 겁이 많다보니 빌라 꼭대기에서 차까지 꼭 안고 오르락 내리락해야합니다.. 심지어 둘째 강아지까지 있으니 짐 챙기랴 두마리 안고 있으랴 저도 힘든데 엄마는 더욱더 힘에 부치겠죠.. 두 강아지 모두 아직 많이 어리다 보니 에너지가 넘쳐 엄마의 생의 주기와 맞지 않달까...
4. 평일에 퇴근 후나 주말에 엄마는 약속을 잡고 나간다는거.. 엄마 얘기로는 매일 약속을 잡는것도 아니고 나름 조절해서 나간다는데 저는 평일에도 종일 엄마만 기다리는 강아지들이 너무너무 신경이 쓰여서 엄마한테 자꾸 안 좋은 소리를 하게 됩니다. 물론 앞으로 약 10년은 이 상태일텐데 그때까지 엄마는 강아지만 봐! 라고 할 수 없다는거 알지만 애초에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있어서 돌아가며 강아지들을 봐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닌 엄마가 강아지를 그것도 두마리 씩이나 키우고 있다는게 화가나고 짜증나고 이해도 안됩니다..
제가 너무 강아지만 생각하는걸까요? ㅠ 만약에 엄마가 강아지들을 데리고 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 결사반대! 했을겁니다.. 강아지 키우는거나 애 키우는거나 거의 비슷하고 아이는 언젠가는 혼자의 힘이 생기는 발전이라도 하지..강아지는 발전은 커녕 나중에 노견이 되면 더 많은 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니까요 ㅠ
엄마도 내색은 안 했지만 얼마나 외로웠으면 생전 키워본 적도 없던(저의 기억엔 원래 엄마는 심지어 강아지를 싫어했어요..) 강아지를 데려다 키울 생각을 했을까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당장 외롭다고 강아지를 키우는건 너무 이기적인 인간 중심적 사고라고 생각하기에...
그때 그때 화는 제 마음을 어떻게 해야 이해로 바꿀 수 있을지.. 싫은 소리를 한다고 해서 이미 데리고 온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는건 알지만 엄마가 강아지들만 두고 약속에 나가고, 체력을 이유로 산책을 자주 못 시켜주고 하는 것들이 저에겐 정말 마음의 짐으로 쌓여 저도 저대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물론 저희 엄마는 강아지들을 너무너무 사랑하고 예뻐합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고 완벽할 수 없는 상황에 그것을 못 받아들이고 욕심내는 제 잘못일까요?
강아지를 키우고 계신 분들.. 제 마음을 어쩜 좋나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