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309964No.215132019.09.04 01:34

한벌뿐인 교복을 입고 7시에 집을나와 학교로 간다.
8시 40분까지의 아침 자습 시간동안 교과서를 읽는다.
학교에서 나오는 무상급식을 먹고 저녁9시까지 학교앞 도서관에서 기다려 아버지가 물류센터 일을 끝마치시고 돌아오는 커다랗지만 마냥 좁은 앞좌석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는다.
"ㅇㅇ아 우유 사서갈까?" 아버지의 낮지도 높지도 않은
그저 중년남성의 목소리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아니 됐어 아빠 라면이나 사 가자"
1150원 짜리 투 플러스 원 신라면을 골랐다.

"아들 필요한건 더 없어?"
"어, 없어"
다음주 금요일이 문학 독서시간 이라도
책 사달라고 빌 용기가 없었다. 이미 두 차례나 밀려 책을 가져오지 못해 혼이난적이 있는데도 책을 사 가지 못하고
무상급식과 라면 한컵으로 하루를 때우는 오늘이 싫다.

다시 먹게될 신라면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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