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없이 그냥]
포장을 뜯었다.
내가 알던 갈색이 아닌 녹색의 격자무늬가 나를 반겨준다. 근데 반가운 모습이 전혀 아니다.
마치 오래알던 여사친이 뉴트로랍시고 복고화장을 하고왔는데 립스틱은 녹색으로 바르고 온 세기말 더덕같은 느낌이다.
봉지를 뜯는순간 파맛첵스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과시하듯 파향을 두리안마냥 뿜뿜 내뿜는다.
많은 고민끝에 파첵 한줌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처음 씹을땐 바삭한 식감과함께 단맛이 온다.
'생각외로 평범한데..?'라고 생각하며
몇번 더 오물거리면 곡물의 고소한 향이 느껴진다.
달달한 파즙으로 색칠한 빨간벽돌담 구석에서
곡물의 고소한 향이 누군가에세 맞고있다.
뒷모습을 보아하니 양파인것같다.
양파는 곡물의 향을 멱살잡고 왕복싸닥션중이다.
양파가 뒤를 돌아보았다. 양파가 아니라 파였다.
파와 눈이 마주쳤다. 나도 맞겠구나 싶어서
파의 위아래를 훑어보는데 다리가 파뿌리다.
방금뽑힌 파뿌리인지 흙냄새가 살짝 스친다.
다시 시선을 위로돌려 파로 향했는데 윙크를한다. 미소짓는 치아에선 '꺙'하는 소리와 함께 ✨이모티콘의 빛이난다.
이윽고 파는 나에게 다가와서 내 목젖을 탁치고 지나갔다. 뒤를 돌아보니 이내 파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고 내 눈앞에는
왕복싸닥션 맞고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아있는 곡물의 모습위로
파의 미소가 하늘에 오버랩되며 사라지지않고
은은한 바람에 실려온 흙냄새가 다시 스치며 잔잔한 여운을 준다.
[우유에 말아먹기]
처음엔 말아먹기 싫었다.
파향이 우유와 절대 맞지 않을거라는걸 직감했기에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이내 만든사람의 노고를 생각하여 한입 먹었다.
'아 뭐야 역시 파향이 느껴지잖...아니네??'
첵스초코는 입에 넣는순간 초코향이
치아사이사이를 초코로 메꿔주는 반면
파첵은 고소한 곡물베이스의 향과 겉에 뭍은 달달한 파시럽이 조화를 이루어 꽤 먹을만했다.
마치 파첵이 우유로 스프라이트 샤워를해서
파향을 씻어내듯이 파향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좋은것만 드린다'는 켈로그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은 기분좋은 씨리얼의 맛이었다.
첵스초코에서 초코는 빠졌지만 부족함없이 채워주는 만족감에 두번이나 더 말아먹었다.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
여러번 말아먹은 씨리얼의 우유를 완-샷하는것이 국룰 아니겠는가?
극강의 단맛을 가지고있는 우유가 혀끝에 닿는순간 없던 호랑이기운도 솟아나서
이른바 슈가하이 상태가 되지 않는가?
국가가 허락한 마약이 음악말고 여기 또 있겠다 액기스를 시원하게 한모금 하는순간
이 액기스가 단맛의 액기스이기도 하면서
파의 액기스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파국이다.
마치 전생의 업보를 한꺼번에 들이키듯
인생의 첫 소주잔을 원샷하듯
머금어야함에도 쉽사리 목젖뒤로 넘어가지 않는와중에 달달한 액기스가 슈렉의 고양이 표정으로 자신을 허락해달라고 어필하기에
그 독한것을 위장에 안착시켰다.
지금 느껴지는 현타는 필시 그 슈렉고양이가 감춰둔 매서운 파뿌리 발톱때문인걸로 사료된다.
하지만 나는 이걸 또 먹게될것이다.
독한줄 알면서도 마시게되는 술처럼
입안에 처음 들어왔을때의 그 달콤함은 파로얼룩진 우유를 구원해줄수 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