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내 인생 고찰5

698893No.320422021.02.05 21:16

스무살이던 나는 엠티에서 같은과 복학생오빠를 처음 본 이후 호감이 생겼다.
쌍커플없고 가로로 긴 작은눈의 오빠는 모래 밭에서 친구와 족구를 하고 있었는데 눈길이 갔다.
내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인상의 사람이었다. 대화를 했을 때도 위트가 느껴졌고 같은 고향출신이었다.

엠티를 갔다온 이후 그 오빠와 같은 조를 한 내친구 Y는 그 오빠의 연락처가 있었고 용기를 내 나도 연락처를 받았다. 그후 그 오빠와 연락을 했는데 답이 느리기는 했지만 연락을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가끔은 나와 Y를 함께 불러 식사를 하기도 했고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Y와 나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었고 나도 모르게 연락을 이어 간다는 걸을 알게되었다.

나는 그 오빠가 어느 정도 Y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 하지 않는 전화를 Y에게 했고, 느리거나 뜸한 연락은 Y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 오빠가 좋아서 모르는척 했지만 마음은 숨겨지지 않았다.
짖궂은 그 오빠의 친구는 나와 잘해보라며 놀렸는데 부담스럽다고 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후 나는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고 스스로가 창피하다는 생각했다. 결정적으로 어느날 고향의 한 친구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Y와 그 오빠를 봤다고 했다. 영화관이있는 건물이라 영화를 본것 같았다.
그런데 그날은 내가 Y와 함께 고향가는 날이었는데 Y가 거짓말을 하고 빨리 간것이었다.
몸에 불이 붙은거 마냥 화끈화끈했다.

Y와 그 오빠에게서 나는 조금씩 멀어졌다.
Y와 나는 서로를 속이고 속고 서운했다가 삐걱대었다.
나와 Y는 삐걱대는 관계에서 오해를 풀려고 술을 마신적이 있는데 나는 주량이 약해서 맥주한컵 뿐 마시지 않았고 주량이 쎈 Y는 소주 한병반 정도를 마셨던거 같다. Y가 취해 숙소로 왔을 때 침대에 눕지 못하고 잤는데 휴대폰 진동이 계속 울렸다. Y가 계속 토하거나 지쳐 자고 있어 나는 부축하고 Y를 돌보고 있는 중이 었고 정신이 없었는데 진동이 계속 울려 전화온 줄알고 Y폰을 보게되었다.

내가 좋아하던 오빠의 카톡이았다. 속은 괜찮냐는 얘기가 미리보기에 떴는데 창닫기를 누르던 차에 대화창이 열렸다. 그동안 그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주로 나를 떼어놓고 같이 놀러가자는 얘기와 자는척하고 연락 안받겠다 혹은 얘가 부담된다는 허세 섞인 말로 둘이 나를 우습게 만들고 있었다.

눈물이 줄줄 나고 비참해서 그날은 단 1분을 자지 못했고 1년의 짝사랑이 종지부를 찍었다.

그후의 이야기는
Y와 그 오빠는 흐지부지 되다가 끝내 사귀지 않았고
Y와는 다른 사연으로 절연되었다. 그 오빠는 시간이 지나 결혼식에도 초대될 만큼 친분은 유지했다.
그 둘에게 카톡을 본 얘기는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고 따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나혼자 묻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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