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법대생 시절의 추억이여...

958277No.408502022.06.08 10:51

암기바리.

정책학 트랙 새내기들의 암(暗)기를 키우는 전통

입학하고 나서 선배들 앞에서 왼손에는 한글 기본3법전 오른손에는 전공책을 쥐어들고 제대로 숨 쉴 새도 없이 악으로 몇백쪽을 소리내 어 읽고 암기해내어야 한다.

철모르던 새내기시절 나도 정책학 트랙을 타기 위해 빙 둘러앉은 교 수님들 앞에서 영미법 체계와 대륙법 체계의 차이점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설명해보아야 했으며
매일같이 선배님들과 어두침침한 과방에 앉아 최신 판례 200개씩 소리내어 읽고 외우느라 목은 항상 쉬어 있었다.

기말 준비를 뮈해 아무도 모르게 법학도서관 푸세식 변기 위에서 문 을 걸어 잠그고 변시 기출문제 사례칩 요약본을 외우고 있었는데

김빵빵 교수님이 호랑이처럼 달려와서 문을 걷어 찬 후 1000페이지 가량 되는 형법총론으로 귀싸대기를 때리며 목적적 행위론도 이해 못하는 새x가 어딜 요약본을 쳐보냐고 너같은 새x는 부끄러우니 어디 가서 점책학 트랙이라고 입에 올리지도 말라고 하셨다.

당연히 잠 깨기 위해 아까 마셨던 위액 섞인 박카스가 속에서부터 입 과 코로 올라와 요약본 뮈에 뿜어졌다. 입 안 가득 레몬향이 가득했고, 또 다시 박카스를 마신 느낌이 들었 다.
나는 그날 김빵빵 교수님께 반병x이 되도록 맞고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구타가 끝나고

김빰빰 교수님이 집어던친 형법촘론을 가리키며 말했다

"악으로 읽어라”

”니가 선택해서 온 정책학 트랙이다. 악으로 읽어라."

나는 공포에 질려서 무슨 생각을 할 틈조차 없이 종론서를 주워 읽었고
김빵빵 교수님의 감독 하에 다수설 소수설은 물론 그에 대한 주석까 지 전부 암기했다.

그날 밤에 김빰빰 교수님이 교수연구실로 나를 불렀다
담배 두개를 물고 불을 붙여 한 개비를 건네주며 말했다

"바닥에 흘린 그 판례들은 아무도 대신 읽어주지 않는다. 여기는 너 희 집이 아니다. 이렇게 해선 아무도 니 리걸마인드를 묵인하고 또 인정해주지 않는다. 여기 공공인재에서뿐만이 아니다. 학계가 그렇 다. 아무도 니가 흘린 첨예한 견해대립 속 법리들을 대신 공부하고 읽어주지 않아. 그래서 무슨일이 있어도 무식하게 읽고 외우고 가능 하다면 이해까지도 시도하는거다. 그래도 빵꾸가 난다면 니 전공은 니가 찾아서 공부해야 돼.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아. 그래서 총론을 읽으라고 한거다."

"명심해라, 헌법은 지반을 형성하고, 민법은 논리가 되고, 형법은 추 상화가 되어, 그때 비로소 리걸마인드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교수 저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날 나는 소주를 먹지 않고도 취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난 그날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를 하나씩 음미했고, 법의 지혜 (Kleines Rechtsbrevier)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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