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여자, 이번생은 망했나봐 싶네요.

350892No.419652022.08.18 03:31

안녕하세요. 저는 34살 미혼 여자입니다.

스스로 가까운 사람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걸 잘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를 보내고.. 큰 한 숨을 내쉬듯 하소연 하고 싶어 처음으로 익게글을 올립니다.

저는 학부 졸업 후 취직해 한 7년간 일하다가.. 대학원에 뒤늦게 들어왔어요. 주변 모두가 말렸음에도 안정적인 좋은 직장 때려치고 공부하려고 들어왔다가, 지금은 논문에 허덕이며 졸업도 제때 못하는 상황입니다. 집중한다고 쉬었던 연애였는데.. 이제는 주변에 인연 찾기도 어려워지고 의도치 않게 솔로기간도 무척 길어지다가, 어느샌가 그냥 인생에 이성의 존재가 사라졌어요. 직장생활동안 모아둔 돈은 대학원다니며 거의 다써서 이젠 곳간도 비어갑니다...

사실 대학도 회사도, 노력한 것에 비해 썩 괜찮은 결과가 따라준 인생을 살아왔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늘 자신만만하던 저 였는데, 이젠 자존감도 낮아지고 혼자 낙오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요즘입니다. 이러다보니 더 예민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평소에 적당히 친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 이다보니.. 주변에 사람은 늘 많아요. 자주 만나서 밥먹고 술 마시는 사람들, 하루 종일 대화가 오가는 단톡방들이 있어 집 떠나 살아도 늘 외롭다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친구 중에서도 특별히 가깝다고 느껴왔던.. 그래서 여러해동안 중요한 기쁜 날들을 꼭 함께 시간 보내왔던 대학원 친구들과 오늘 만나 대화하다가.. 한 친구가 올 해 초에 저에게 정떨어진 순간이 있었고, 천천히 저와 멀어지는 중 이었다는걸 알게되었어요. 사실 최근 약간 소원하다고 느끼긴 했어도 그냥 순간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아예 '정뚝떨로 인한 손절'을 준비했다는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제가 의도 했든, 아니든, 어쨋든 그 친구는 저에게 상처받았고, 그 이후로 작은 오해들을 더 쌓아가며 저를 쳐내고 있었더라고요. (작은 오해들은, 정말 오해들입니다. 어떤 의미인지 여느때 같으면 가볍게 묻고 지나갈 일을, 그냥 저에게 상처받은 이후로 생긴 이야기들은 그냥 오해한 채로 둔 것이죠..) 그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아예 안하고 저를 쳐내고 싶었는데.. 갑자기 대화가 트이더니 결국 쏟아내더라고요. 물론 제가 상처준 부분들은 사과하고, 오해를 풀고, 그렇게 잘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그 친구는 '나는 손절 치겠다고 마음 먹기까지 이유가 쌓여왔고, 난 지금까지 손절친 사람과 다시 회복한 경우도 없으니, 더 이상 너와도 회복할 의지가 없다'라는 잔인한 말을 하더라고요. 일단 사과할 부분은 사과했고, 앞으로 회복되는 관계이길 바란다고 이야기를 마무리 하긴 했습니다만... 집에오니 잠도 안오고..참 많은 생각이 드네요.

서른 네살이 되어도 친구관계로 고민할 줄은.. 결혼도 '못'하고 석사 졸업도 '못' 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주변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가까운 소중한 사람을 곁에 잘 두지 못하는 제 모습이 한심하고 부끄러워요. 관계회복의 의지가 없음을 단호하게 말하는 그 친구에게 사과하며 여지를 갈구했던 스스로에게도 사실 많은 수치감을 느껴요. 무척이나 잘 못 살고 있는 삶이라는 결론이 오늘밤 제 마음 속을 흔드네요. 그냥..이번생은 실패한 듯 하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려워요.

무엇을 바라고 이런 긴 주저리를 일기장이 아닌... 이 곳에 올리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또래의 분들 중에 비슷한 고민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같이 나누고.. 또 서로 응원하면 좋겠어요. 이 시기를 지나친 인생 선배님들의 고견도 듣고싶고.. 네, 그렇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왠지 부끄러운맘에 다시 지우러 돌아올 수 도 있을 것 같은데.... 혹 그렇게 되어도 넘 노여워 말아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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