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저보고 배려가 부족하다는데 저는 이게 배려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습니다.

688368No.502862024.07.10 11:12

애인이랑 휴가 다녀와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함께 찍은 투샷에서 애인만 하품하다 찍힌 사진이 웃겨서 그걸 메신저로 보내줬어요. 그걸 보더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알겠음" 이라고 하곤 일주일쯤 잠수를 타더라구요.

나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가늠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화가 난 것 같으니 답이 오건 말건 간단히 내 안부만 보내며 지냈어요. 출퇴근 신고 혹은 잘자라는 그런 간단한 안부 정도. 이것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크게 싸울것 같아서요.

그러다가 간신히 답이 왔는데 나랑은 말도 섞기 싫고 같이 있는게 불편하니 안 봤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그 사진 보낸게 뭐 그리 잘못된 거냐고 하니까 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대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서 내가 알고 있는 그 배려라는 의미로 쓴거 맞냐니까 기부나 양보 같은거 할때만 배려 라는 말을 쓰는게 아니라고 하네요.

나는 니 말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니까, 자기는 내가 이걸 이해 못하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하고.. 계속 대화가 걷돌아서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고 뭐가 맘에 안드는건지 확실히 말해보라고 했더니 자기는 애인이랑 친구처럼 편해지는게 싫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정리해 보자면 하품 굴욕샷은 격의 없이 지내는 친구 사이에서나 할 법한 장난이고 이걸 애인에게 보내는건 배려심이 없는 행동이다 인 것 같습니다.

근데 제 입장에선 이게 일주일 넘게 메시지 읽씹하고 잠수탈 만한 사안인가 싶어요. 내 행동으로 인해 기분이 나빠졌다면 나한테 악의가 없었더라도 사과를 해야 하는것 아니냐길래 그건 성추행 계도자료에나 나오는 억지이고 마음에 안 드는게 있으면 그때 바로 불만사항을 말해서 바로 사과하게 했어야지 일주일이나 묵묵부답으로 있다가 할 소리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전에는 애인 사이에 자존심은 중요한 거 아니라고 사과는 어려운게 아니란 말을 내가 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한 상황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데 일주일 잠수한 니 행동에 대해 도저히 납득이 안 되어서 니 기분 맞춰주기 위한 사과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지금 피곤해서 더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다며 다시 잠수중 입니다.

배려가 부족하다니.. 제 입장에서 배려가 부족한건 오히려 애인쪽입니다. 애인이랑 같이 있을때 허리를 삐끗 한적이 있어요. 저는 병원에 가야 하니 주말 진료 병원좀 알아봐 달라고 했지만 애인은 본인이 허리디스크 앓아봐서 안다며 병원 가는것보다 산책하는게 훨신 도움이 되니까 오늘은 걸어다니자며 전시회장에 끌고가더군요.

결국 그날 저녁에 저 혼자 응급실에 다녀왔습니다. 병원 근처까지 갔다가 도저히 걸을수가 없어서 응급실 스탭이 휠체어를 끌고 왔을 정도로 고통이 심각했는데 애인은 본인의 판단미스에 대해 일언반구 사과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딱히 책망하지 않았습니다. 전시회 가기로 한건 몇일 전부터 정해진 일정이었고 허리디스크를 극복한 애인의 말을 따라서 당장 병원을 가지 않은건 제 선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아픈 저를 배려하지 않은것도 사실이죠. 배려부족을 말하려면 이런 상황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요?

하품하는 사진을 보낸게 그렇게 잘못인가요? 그 사진을 보낸 직후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잘 알겠다는 답신이 왔는데 저는 그 사진에 메시지를 담은게 전혀 없어요. 백번 양보해서 메시지가 담겨 있다면 휴가때의 추억 입니다. 애인으로 지낸지 햇수로 10년동안 크고 작은 일로 싸운적은 많지만 이번에는 애인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고민글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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