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랑 헤어졌어요.(여시충 여친)

831916No.6762016.12.01 05:01

올해 일월에 필리핀 단기 어학연수 갔다가 학생매니저로 근무하던 여자친구와 만나게되었고 해외라서 좀 더 특별한 감정을 빨리 느끼게 되어 급하게 가까워 지다가 잠자리를 먼저 하고나서 사귀게 되었어요.
저는 세달정도 계획하고 왔다가 장기로 머물게 되었고 여자친구는 올해 8월까지 있기로 하고 왔다가 연장아닌 연장하고 같이 필리핀에서 지냈어요. 중간중간 대만, 태국으로 여행도 다녀오고 개별적으로 한국에도 나녀오고 했었어요.
사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친구가 고백을 하더라구요. 자기 우울증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있다고요. 우울증의 원인은 어릴때 부터 어머니로 부터의 학대와 폭력이 주 원인인 듯 했어요. 또 여자친구 어머니도 정신병력과 우울증이 있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아파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가정사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나 싶어 그런 일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고 제가 더 잘해주면 될거라 생각했어요.
여자친구의 여동생도 여자친구가 학생매니저로 올 때 같이와서 일반 학생으로 등록하고 공부하고 있었어요. 참고로 여친 나이는 25살, 여친 여동생 나이는 21살 입니다. 근데 여친 동생도 좀 문제가 있어보이더라구요. 직접 말하거나 티는 안냈지만 정신연령이 중학생 정도? 정신지체적인 장애가 있다는게 아니라 생각이나 행동이 딱 그수준 정도로 보일만큼 너무 어리더라구요. 여친한테는 몇번 조언? 주의 식으로 말한적이 있어요. 그룹수업중에 선생님이 사용하는 노트북의 마우스선을 뺀다던가, 그룹수업중에 큰소리로 하품하며 기지개를 켠다던가 하는.. 또 여동생도 원래 기간이 다 끝나고 나서 더 있고싶다고 해서 기간을 연장했는데 얼마 지나지않아 한국가고싶다고 아주 난동을 부리더라고요. 제 친동생이었으면 두드려패고 머리채끌고 책상앞에 앉히고싶을 정도.. 수업참여는 거의 제로였죠. 오전수업 다 빠지고 점심시간에나 나와서 선생님들하고 장난이나 치다가 집에가는..
여튼 가족력이 좀 특이하다 싶은 자매였지만 제가 여자친구를 많이 좋아하게 되었고 여자친구도 그만큼 저를 좋아해주니 큰 문제는 없었어요. 다만 여자친구는 일반 사람이 가진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여친 말로는 학대와 우울증 때문에 어려서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서 그런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하루는 아무 이유없이 여친이 없어졌었는데 알고보니 너무 우울해서 따로 호텔방을 잡아서 거기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같이 살면서 느낀점은 공감능력의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경제관념도 없었어요. 올해 대학 졸업하고 아직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은 탓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정형편도 어느정도 괜찮은거 같고 집에서 용돈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거든요. 알바경험은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회사/사회생활을 겪어본지라 여친이 마냥 어리게만 보였습니다. (저는 33살 입니다.) 근데 여러번 말해도 고쳐지지가 않더라구요. 뭘 사도 과하다싶을 정도로 사고나서 "내가 손이좀 커." 라고 하는데 손이 크다는 그 말은 경제관념이 없다는 것의 자기합리화로 밖에 안보이더라구요.
같이 지내는 방은 어학원의 지원을 받아 별도로 돈이 안들었구요. 여친은 월 오십만원씩 용돈을 받아 생활했습니다. 필리핀 물가 많이 올랐다고해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아직 많이 쌉니다. 근데 저 한달에 백만원씩 쓰고 여친용돈 오십만원 다써서 둘이 한달에 백오십만원씩 썼습니다. 제가쓴 백중 오십 이상은 여친한테 들어간거고요, 여친용돈받는 오십은 자기 살꺼 사고 하는식으로요.
우리 앞으로 훨씬 더 오랫동안 함께지내야하는데 이런식으로 돈쓰면 힘들어진다 같이 조절하자 하면 늘 대답은 잘하지만 안되더군요.
잠도 많아서 학원 학생매니저로 일하면서도 아침 첫교시 수업은 거의 못나가더라고요. 정리정돈도 할줄 모르고요. 저랑 같이 살기전에는 여동생과 같은방을 썼는데 잠깐 뭐 가지러 갔을 때 보니 그냥 쓰레기장이더라고요. 둘 다 똑같았던거죠. 같이 살면서도 매번 일찍일어나라, 정리좀 해라, 불필요한 지출좀 줄여라 시어머니처럼 잔소리하게 되더라고요.
여동생은 기간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여친과 둘만 지내던 날 크게 싸운적이 있습니다. 자기물건 챙기더니 가방싸서 나가더군요. 어디 다른호텔 방잡아서 지내는 듯 했습니다. 며칠 그리 지내다가 학원장님 조언과 중재 등으로 풀고 다시 들어왔어요.
근데 다음에 싸우니 또 그러더군요. 그때는 아 이걸 내가먼저 미안하다고 하면서 일단 들어오라고 한다면 얘는 집나가는걸 무기로 삼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헤어질 생각까지 하다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잠시 떨어져 지내기로 했어요. 10월 말부터 떨어져서 저는 필리핀에 남아있고 여친은 한국에 들어가 내년 삼월에있는 자격증 공부하고 시험친 후에 다시 들어오기로요.
진지하게 결혼까지 생각하고 이곳 필리핀에서 함께 정착할 꿈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잠시 떨어져 있기로 했습니다.
떨어져서는 서로 많이 그리워하고 연애초기의 애틋함도 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찜질방 얘기를 하다가 예전에 여친 찜질방 갔을때 누가 만졌었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어릴때 강간당할 뻔 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초등학교 일학년때인가는 학교에서 학원 차 기다리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팬티안으로 손을넣고 만지다가 자기랑 같이 가자고 하는걸 무서워서 가만히 있다가 학원차가 와서 무사했다는것과 고등학교때 강변? 인가 여튼 어디를 걷는데 갈색 벨트를 한 남자가 멀리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벨트가 아니라 성기였고 남자는 자위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여친을 보고 쫓아오는걸 도망치다 아이와 놀고있는 아주머니를 만나서 신고했다는 것. 마지막은 고삼때 여자끝나고 어두운 골목길을 통해 집으로 가는 중 검은색 입은 남자가 따라오는게 보여서 앞에있는 세탁소에 들어갔는데 밖을 보니 어두운 골목 안에서 그남자가 고개만 내밀고 보고있었다는 얘기까지.

그러면서 왜 자기는 잠자면서도 강간당할 걱정하면서 살아야하냐고 남자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거기까지는 어릴때 겪은일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어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근데 여친은 여초 커뮤니티 여성시대를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본인 말로는 화장품이나 유머글만 본다고 하더라고요.
어땠건 그 뒤로 하는말이 남녀평등을 말하지만 전형적인 남성혐오가 보이더라구요. 여자가 군대를 안가는것은 정부가 그런 체제를 만들었고 그건 남자가 한 일이다. 유리천장이 어쩌니 남녀임금차별이니 여아낙태니 열변을 토하더군요.
왜 회사에서는 비슷한 스펙이면 남자를 뽑냐, 아니 오히려 스펙이 낮아도 남자를 뽑는다.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일이다.
웃긴건 여친은 회사생활 경험이 없으며 지원한 적 조차 없다는겁니다. 본인이 그런일을 당했다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고 위로해줄수 있지만 남들이 그랬다는 말만 듣고(특히 여성시대였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남자는 남자라는 이유로 이득을 보고있고 여자는 피해를 보고있다고 하더군요.
남자 강간범의 수가 일부라고 할 수 없을만큼 많고 누가 자신을 강간할지 모르기때문에 모든 남자에게 자신을 강간하지 말라고 하고다닐 수 없다.(?) 본인이 남자 한사람과 불편한 것이 아니라 남성전체와 해결을 봐야하는 문제다 라고 하더군요.
영화에서 대부분 남자가 주인공인것은 남자가 기득권이라는 증거다, 왜 여자연예인에게만 몸매관리를 어떻게했냐 라는등의 외모프레임을 씌우냐, 왜 여자외모에 순위를 매기냐 등등..
마지막으로 제가 물었죠. 그럼 레이디퍼스트라고 하는것도 여혐이냐? 그것도 남자가 강해서 여자를 아래로 보기때문에 생긴 것이라 여혐 맞답니다. 그 말 듣고 더이상은 안되겠다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싶어 깔끔하게 포기하고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여성시대에 대해 안좋은 말만 들었지 직접 본적은 없는데 이번에 좀 찾아보니 여성판 일베라는 의견들이 많더군요.
예전에 여친에게 커뮤니티를 하지않는 나같은 사람에게 일베나 여시나 다 똑같은거 같다고 말했다가 일베같은 인간쓰레기들이랑 비교를하냐는 식으로 발악에 가까운 항변을 했었는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죠.. 근데 이정도일거라곤 생각을 못했었네요.
헤어지자고 한 후에 그래도 지금까지 같이 지내온 추억이 아쉽고 앞으로 같이 지낼날을 꿈꿨던 것에 대한 상실감이 컸는데 여시에 대해 인터넷에 찾아본 후 더 늦기전에 끝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만 듭니다.
딱히 궁금한게 있는건 아니고 의견을 물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이래저래 생각도 많고 잠도 안오고 해서 정리 좀 해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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