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게임을 했는데 눈물 펑펑 쏟았네요

108849No.58762017.08.14 09:40

2014년 여름에 피파 14를 구매하고
종강하자마자 미친듯이 겜했어요
그러다 한동안 안하다가
오늘 할 것 없어서 피파14를 설치하니
세이브 파일이 있더군요
세이브 파일 날짜가 익숙해서 생각해보니
외할머니 소천하신 날입니다

그날 오전에 할머니께서 몸이 안좋아지셔서 병문안가서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제가 이제 집에 가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인천에서 서울까지 멀어, 자구가"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녁 식사하시는 것까지 보고 집으로 왔습니다.
피파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집에 10시쯤 도착하자마자 씻고 새벽까지
피파를 켜고 레버쿠젠으로 열심히 플레이하는데
새벽 2시에 전화가 울렸습니다
엄마가 전화를 받더니 소름이 끼칠 정도의 절규를 하시면서 쓰러지시더군요.
할머니께서 새벽에 소천하셨습니다
저 애기 때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손주들이 들어올 시간이면 문앞에 누워서 문을 바라보다 주무시던 모습만 생각하면 후...
그날 자고가라는 할머니의 부탁을 거절하고
집으로 온게 아직도 죄송스럽네요.

오늘 피파 세이브 파일을 로드해보니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이것만 아니였어도
내가 할머니 옆에서 자다가
할머니 심장이 멈추어 가실 때의 신음을 듣고
알아차려서 의사를 불렀으면 응급처치로 살아남으셨을텐데..

새벽마다 교회다녀와서 차가워진 손으로
제 가슴에 손을 올리고 기도해주셨던,
참 바보같이 자식들 손주들 사랑만 하다가
떠나신 할머니가 보고싶네요

할머니가 하늘나라 가신 날부터
가슴 아픈 증상이 제게 생겼어요
그건 그동안 제가 절대적으로 죽음으로부터 안전하고
그 영역에 발도 들이지 않았다고 믿었던
부모님이 정말 한달 한달 다르게 나이 들어가시는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외할머니 가신 그길을
따라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너지네요.

이 세이브 파일을 죄책감에 지우지도 못하겠고..
노래 가사처럼 자식을 꽃 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시는 부모님이 생각나는 밤이네요~

외국에서 혼자 지내다보니 더 그리워지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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