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비건인 친구랑 밥먹을 때..제가 속이 좁나요?

519988No.279472020.07.30 09:02

제가 속이 좁은건지..아님 비건에 대한 알게 모르게 편견이 있어보이는지 솔직하게 듣고 싶어요.

회사에서 동기가 한명있는데,비건입니다.
저는 비건이나 페×니즘 그런거 개의치않고 그냥 '너는 너 살고 싶은대로 사는거고, 나는 나 살고 싶은대로 사는거지만 서로 피해만 안주면 괜찮다' 하는 주의입니다.

가끔 이 친구가 같이 점심먹자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참 곤란한데 저는 비건이 아닙니다.
구내식당은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도시락을 매일 싸오는데, 자기가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을 때 가끔 같이 먹자고 합니다.
자주는 아니라 처음에는 '니가 먹을 수 있는 것 중에 골라보자' 하고 주변에 먹을 수 있는 식당이나 메뉴 중에 그 친구가 고른 후보 중에 갔었습니다.

근데, 한두번 그렇게 같이 먹고나니 사실 저는 채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입에 잘 안맞아요. 근데 같이 먹기로한 저의 선택이고 그 친구를 탓할 순 없는일이니 그냥 채식은 아니다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친구가 또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면서 '멕시칸음식 좋아해??부리또를 먹으러 가자~' 고 하는겁니다. 근데 제가 '난 멕시칸음식 안좋아해. 오늘은 찌개있는 한식류를 먹고 싶다'하고 아예 메뉴 후보를 좁혔습니다. 제가 찌개를 좋아해서 차라리 찌개를 먹으면 속이 허하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그 친구는 자기가 다 먹을 수 없는 상황이니 항상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주변 식당 리스트가 있어서 그 중에 골라서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갔습니다.
분명히 그 식당은 당연히 검증(?)이 완료된 식당인 줄 알고 좀 멀리 나가더라도 그 식당에 갔습니다.

근데 자리에 앉아서 점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니, '육수말고 맹물로 끓여주실 수 있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점원이 이미 순두부 양념을 풀어놓은 육수라 안된다고 하니까,
'야, 나가자' 이러는거에요.

저는 이해가 안가는 겁니다. 배도 고팠고 1시간 밖에 없는 점심시간에다가, 멀리 걸어왔고 주변에 그 친구가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없는데 '지금 다시 식당을 찾아야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어떡해요. 못먹는다는데. 그래서 나왔습니다. 나와서 표정관리가 안되는겁니다. 왜 내가 피해를 봐야하는것인가. 내가 배려해주었음에도 피해는 계속 나만 보는거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근데 갑자기 그 친구는 미안해 하더니 다시 멕시칸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거긴 내가 먹을 수 있어~두부 토핑얹으면 돼' 하는 말에 빡침을 느꼈습니다. 결국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 먹으러가잔 이야기잖아요

빡침을 느끼긴 했지만 시간이 없으니 일단 가자 해서 갔는데 신나서 주문을 하더라고요. 저는 멕시칸 음식을 좋아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이야기를 했는데 좀 어이가 없더라구요.

저한테 맛있지 않냐고 되묻는데 할말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 입장에서는 동의했으니까 먹으러 간거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비건이라는 명목하에 어쩔 수 없는 선택 강요를 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제가 진짜 속이 좁은걸까요?
비건에 대한 편견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 일로 완벽한 편견이 생겨버렸습니다.
비건이라고 하면 좋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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