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슬: 정우야, 네가 뭘 몰라서 그런데 이 사회는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이야.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차별받고 살아.
정우: 그건 너무 일반화야. 지금 시대에 무조건 여성만 피해자라고 말하는 건 너무 편향된 시각이야.
예슬: 편향? 지금도 여성은 똑같이 일해도 덜 벌고, 성희롱에 노출되고, 외모 평가받아. 이게 차별이 아니면 뭐야?
정우: 임금 격차는 직종, 근속연수, 산업별 차이까지 고려하면 그렇게 단순한 얘기가 아니야. 그리고 성희롱은 남성도 겪어. 여성이 겪는 차별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남성도 구조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걸 말하는 거야.
예슬: 남성은 사회적 권력의 중심이잖아. 대통령, 대기업 임원, 국회의원 대부분 남성이야.
정우: 맞아, 고위직엔 남성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걸 곧바로 ‘모든 남성이 특권층’이라는 근거로 삼을 순 없어. 대부분의 남성은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고, 감정도 억눌러야 하고, 군대도 다녀와야 해. 위험한 일도 다 남성이 해.
예슬: 그건 남자들끼리 만든 구조잖아.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고생하는 걸로 피해자인 척하면 안 되지.
정우: 잠깐. 지금 네 논리는 "남성은 시스템의 가해자니까 어떤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는 거잖아? 그건 오히려 정당한 문제제기를 막는 거야. 진짜 평등을 원한다면 서로 다른 억압을 인정하고 대화해야지.
예슬: 평등을 말하려면 여성이 지금까지 겪은 억압을 먼저 보상해야 돼. 남성이 불편하다는 건 사치야.
정우: 그건 평등이 아니라 복수야. 너 말대로라면 ‘집단의 죄’를 이유로 지금 살아가는 개인 남성들이 계속 벌을 받아야 한다는 얘긴데, 그게 정의롭다고 생각해?
예슬: 이 사회는 그 정도 보상도 하지 않았어. 지금도 여자들은 거리에서 불안해야 하고, 회의에서 무시당하고, 채용에서 걸러져.
정우: 너는 남성 전체를 하나의 '가해 집단'으로 보고 있어. 하지만 개인은 다 다르고, 지금은 여성만을 위한 제도나 혜택도 많아졌어.
남성 역차별을 말하면 ‘입 다물라’고 하고, 여성 차별을 말하면 ‘들으라’고 하지. 이게 평등이야?
예슬: 네가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남성 기득권의 사고야. 이해할 생각도 없고, 공감도 없어.
정우: 아니, 나는 진짜 평등을 말하고 있는 거야. 성별에 상관없이 억울한 사람은 억울한 거라고. 그걸 이념으로 덮으려고 하지 마.
예슬: 넌 절대 몰라. 여자라면 이 세상이 얼마나 불공정한지 뼈저리게 느껴. 네가 아무리 논리를 가져와도 체감은 못 해.
정우: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논리엔 귀 기울이지 않고 감정으로만 싸우잖아. 이건 대화가 아니라 선언이야.
예슬: 난 너처럼 ‘양비론’으로 모든 문제를 희석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정우: 그리고 나는 네 같은 극단주의 때문에 대화의 문이 닫힌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