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됬다 결국...

411616No.165752019.02.05 03:14

4주년을 얼마 앞두고 있다.
나는 좀 오래된 우울증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아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할 그런 병이다.
너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좋고 싫고를 떠나서 너는 나를 감당할만한 사람인지 알아야 했다. 내가 이런 사람인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너는 괜찮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은 일이다. 그정도 단어로 우리가 앞으로 격게 될 고통을 표현할 순 없었다.
넌 고통에 잠겨있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넌 내가 당장 괜찮아지길 바랬다. 최소한 어떤 치료를 받으면 언제까지 낫는다는 확신을 갖길 바랬다. 그런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여러번 헤어졌다. 내가 잡거나 너가 잡거나 했다. 하루이틀 내에는 다시 만났다. CC였고, 학생이었고, 여유가 있었으니까.
난 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열심히 괜찮았다. 집에서 설거지하다 눈물이 나도, 노래를 부르면서 씩씩하게 마무리를 했다. 너는 그것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미련하게 버텼다. 서로 많이 좋았나보다. 너는 내가 아픈걸 싫어했지만, 그래도 모르는건 더 싫다고 했다.
열에 하나 정도는 얘기를 했다. 너는 여전히 이해랑은 거리가 먼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이야기를 마무리 하면서 만났다.
열에 둘정도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게 되었다.

너는 너대로 나를 이해하려고 나는 나대로 더 괜찮으려고 많이 노력해왔다.
너는 열에 두번째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남은 것들은 감당 못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좀 열심히 발버둥 쳐봤는데, 잘 안됬다 결국.
이제 다시 심해의 돌맹이로 돌아가서, 바다 밑바닥을 굴러다닐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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