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남편

111943No.398832022.04.15 01:59

저는 요리라곤 제가 좋아하는 김치볶음밥 빼고는
할 줄도 모르고 매 끼니도 제대로 안 챙겨 먹어요.
저는 진짜 다른 가사일은 다해도 요리는 정말 못하거든요..

입도 짧아서 혼자 있을땐 요리를 하든 사먹든 돈이 아까울 지경이라 그냥 대충 간식 주워먹고 굶는 스타일인데

제 남편은 아침 꼬박 먹어야하고
밥 먹을때 기본 국, 메인, 밑반찬 갖춰져야 하는
스타일이예요.

어머님이 그렇게 요리를 잘하시고
매 끼니 다르게 차리셨다고..

지금 같이 산지 4년차인데 제 남편 패턴이 이래요.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밥하기.
(처음엔 아침 먹는게 너무 힘들었는데 이젠 적응했어요.)

보통 일주일치 먹을거 생각해서 쿠팡/이마트/동네슈퍼에서 각각 식재료 사기

당근마켓에서 지역광고로 동네슈퍼 특가제품 확인하는거 알고 깜놀했어요 진짜;ㅋㅋ

저녁에 집에 오자 마자 바로 저녁 준비

술버릇도 요리하기…
담날 먹을 음식이나 야식으로 먹을 것들 요리해요.
시간이 몇시든 그냥 주방에서 뭘 해요. 계속.

그래서 요즘 같은때에도 배달 진짜 안 시켜먹어요.

처음엔 저도 미안해서 요리할때 거들려고 했는데
주방을 같이 쓰는걸 싫어하더라고요ㅋㅋㅋㅋ
동선 꼬인다고 좀 스트레스 받아하고
제가 야채 써는것도 뭔가 성에 안 차는 것 같고
저를 못믿어서 혹시 음식이 자기가 원하는대로 안나올까봐
좀 스트레스 받아하는거 같은? 요리부심 좀 있어서ㅋㅋ

저야 너무 땡큐라ㅋㅋㅋㅋ
그냥 밥 준비할때 청소기 돌리거나 밥 다먹고 설거지만 해요.

밥먹고 리액션만 해주면 돼요. 꼭 듣고싶어해서
오늘 국물이 이래이래한게 맛있더라.
멸치볶음 바삭하고 간이 잘 맞다. 이정도?
이게 뭐 어렵나요. 입만 나불나불 하면 되는거..

자기가 약속있는날은 제가 먹을 밥까지 미리 해놔요..
한 끼 안 먹는다고 안 죽는데..내가 알아서 할건데
저희엄마도 저를 그렇게 안 키웠는데

옆에서 보면 장 보는 거 포함 매일 먹을 메뉴 생각에
진짜 요리는 엄청난 노동인 것 같아요.

진짜 감사함을 갖고 있고 이거 하나만으로도 결혼생활이
반은 성공한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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