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중인 간호사다. 지금 태움 문화는 이렇다.

538940No.407572022.06.02 14:24

태움



간호사 신입들의 악기를 키우는 전통.



실무 배치 받고 나서 케이크와 빵을 선임들이 만족할 때 까지 자비로 조공하고

특히 더 잘 보여야 하는 선임에겐 유명 브랜드의 옷이나 화장품, 혹은 그녀가 관심 가지는 작가들의 책을 대접한다



철 모르던 아쎄이 시절 그런 간호사 간의 유구한 전통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나는 어리버리 탔고

그에 수많은 간호사들은 나를 무개념이라 칭하며 앞에서 뒤에서 점점 압박하기 시작했다



"얘! 넌 꼭 굳이 일을 그렇게 답답하게 해야하니?"

"야... 넌 여유있나 보다? 그렇게 걸어서 다니게?"

"우린 좀 쉬고 있을테니까 저기 정리 좀 하고 있어"



주변 간호사들의 내가 숨 쉬고 있는 것 마저도 못마땅하다는 눈빛이 나를 향해 집중되자 부담감에 얼굴이 벌게져서 있는데

간호출 수간호사님이 호랑이처럼 달려와서 내 가슴팍을 걷어차고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당연히 나는 바닥에 쓰러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날 간호출 수간호사님의 벽 보고 계속 반성하라는 명령을 계속 수행했다



한시간, 두시간이 지나고.. 해는 어느덧 저물어 어둠이 드리워진 바깥, 환한 밤하늘의 별빛을 반사하듯 불빛을 내비치는 병원에서

나 홀로 있는 이 공간만은 칙칙한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아무도 찾지 않는 고독 속 내 마음은 무너지는 듯 하였다

그때, 간호출 수간호사님이 울먹이는 나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악으로 보아라"



"니가 선택해서 한 간호사다. 악으로 보아라."



나는 공포에 질려서 무슨 생각을 할 틈조차 없이 눈물을 집어 삼켰고

간호출 수간호사님의 감독 하에 화장이 지워질 정도로 흘러내리던 눈물을 닦아내렸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간호출 수간호사님이 나를 휴게실로 불렀다



담배 두개를 물고 불을 붙여 한개비를 건네주며 말했다.

"바닥에 흘린 니 눈물을 아무도 대신 치워주지 않는다. 여기는 너희 집이 아니다. 아무도 니 실수를 묵인하고 넘어가주지 않는다. 여기 병원에서뿐만이 아니다. 사회가 그렇다. 아무도 니가 흘린 똥 대신 치우고 닦아주지 않아. 그래서 무슨일이 있어도 선임들 눈에 띄지 않도록 악으로 깡으로 이악물고 비위 맞추는 거고, 그래도 실수를 했다면 니 과오는 니 손으로 되돌려야 돼.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아. 그래서 벽 보고 반성하라 한거다."



"명심해라. 간호사는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



그날 나는 소주를 먹지 않고도 취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날 태움으로 간호사의 현실을 배웠고 간호정신에 취했다.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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