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는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철학? 철학과는 그야말로 '무쓸모'의 정수지.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고 진리를 논한다고 떠드는데, 정작 그들이 얻은 게 뭐야? 철학자들이 수백 년 동안 무슨 대단한 결론이라도 내린 줄 알아?"
정우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도 철학은 인류의 지적 기반을 닦은 학문이잖아.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이나 윤리적 기준 같은 것도 철학에서 나온 거고."
현우는 비웃음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그럴싸해 보이긴 하지. 하지만 현실에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철학자들이 떠드는 '진리'가 무슨 문제를 해결했는지 말해봐. 실질적으로 누가 그들의 추상적인 논쟁을 통해 무언가를 얻었나? '존재의 의미', '자유의지' 같은 얘기를 하면서 세상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끝없는 논쟁일 뿐이지."
정우는 철학을 옹호하려 했으나, 현우는 이를 무시하고 사례를 들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고 하지? 멋지긴 하지. 근데 현실에서는 그 말이 무슨 쓸모가 있나? 현대 사회에서 '무지를 인정하자'는 말로 의료 문제나 환경 문제 같은 현실의 과제가 해결되진 않아. 그리고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도 유명하잖아? 그 말이 실제로 우리 삶에 무슨 의미를 줄까? 결국 모든 게 추상적인 개념 싸움이야."
현우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이어갔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라든지, 니체의 '초인' 사상 같은 것도 다 마찬가지야. 사람들이 그들의 이론에 심취해 보이지만, 정작 그들이 말하는 초인이나 자유 같은 건 실생활에선 별 의미 없어. 현실에서는 월세 걱정하고, 경제 문제 해결하는 게 우선인데, '실존'을 논한다고 해서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정우는 철학이 가진 가치에 대해 말하려 했으나, 현우는 고개를 저으며 계속 비판했다. "사실 철학이란 건 지식의 이름을 빌린 놀이에 불과해. 그들은 스스로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부하지만, 현실에선 도움이 안 돼. 현대 과학이나 기술이야말로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있지, 철학자들의 추상적인 개념 놀이가 아냐."
현우는 마지막으로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결국 철학이라는 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야. 그들이 주장하는 진리라는 건 결국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잖아.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지 못한 채,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지. 철학이 진짜로 유용하다면, 왜 그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세상을 바꾸지 못했을까? 그저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무의미한 사유일 뿐이지."
정우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철학에 대한 현우의 비판은 날카롭고 과격했지만, 현실에서의 무용함을 지적하는 그의 말이 일정 부분 진실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