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은 한순간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맥주잔을 들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문과생들, 지들끼리는 세상이 자기들 덕에 돌아간다고 착각하더라. 말 좀 잘하고, 글 좀 쓴다고? 그게 세상에 무슨 도움이 돼? 지들끼리 철학적인 대화 나누고, 예술을 논하는 게 무슨 쓸모가 있냐고. 그건 그냥 자기들끼리 자위하는 거야. 현실은 전혀 신경 안 쓰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애들일 뿐이지."
정우는 상현의 말을 듣는 동안 점점 얼굴이 굳어갔다. 하지만 상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결국 문과생들은 일종의 ‘부유한 무지’야. 세상 물정 모르는 애들이 그저 지들 잘난 척하고 싶어서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지. 정작 세상을 움직이는 건 과학자들이고, 엔지니어들이고, 그들이 만든 기술이잖아. 문과생들은? 그 기술을 소비할 뿐이지, 창조는커녕 해석조차 제대로 못 해."
상현은 잔을 다시 내려놓으며, 이번에는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생각해 봐. 지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기술이지. 경제도 결국은 기술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전쟁도 기술로 이겨. 그런데 문과생들이 뭘 하냐고? 전쟁터에 나가서 시 한 줄 쓰고 소설 한 권 쓴다고 싸움이 끝나냐? 아니면 외교관이 철학자들 얘기 듣고 협상에 이기는 거냐? 다 쓸데없는 소리야."
그는 비웃듯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문과생들은 대체 뭘 한 거지? 세상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밖에 없어. 정치인들 보라고, 다 문과 출신들 아니냐? 말로 사람들을 속이고, 멍청한 철학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결국 아무것도 안 하지. 세상을 바꾸는 건 결국 이과야. 우리는 손으로 만들고, 머리로 계산하고, 직접 세상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지. 하지만 문과는? 그냥 쓸모없는 말장난과 철학적 허영뿐."
상현은 고개를 들며 결정적으로 말했다. "문과생들이 지들끼리 떠들어봐야 결국 바뀌는 건 없어. 그저 현실에서 도망치는 애들일 뿐이야. 책 속에서 사는 인생? 그게 무슨 인생이냐고. 현실에서 손대는 모든 게 무너지고 있는데, 글 몇 줄로 뭘 할 수 있겠어? 그들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도 눈치 못 챌 거야.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몰라. 그들이 사라져야 진짜 일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정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상현의 독설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롭고 잔인했다. 문과생들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그의 주장은 마치 선언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